도마의 전설 외 1편 황정산 단풍나무로 만든 도마가 있었다 백정 무태의 도마였다 크기와 무게와 그 견고함으로 단연 도마의 왕이었다 수많은 칼질에 피와 살이 파고들어 이것으로 모진 학대를 견딜 수 있었다 행주산성 전투에서 도마는 성벽 위에 올려져 잠시 방패가 되었다 조총 탄환이 박히고 불에 그을렸지만 아직 쓸 만한 도마는 다시 칼을 받았다 오랜 세월 후 갈라지고 부스러져 옹이 부분만 남은 도마는 고임목이 되어 창고 문틀을 받치고 있었다 한 떼의 동학군이 관아를 습격하다 석화되어 단단해진 이 목재를 발견하고 공들여 깎고 기름에 튀겨 화승대 총알을 만들었다 도마가 이제 피와 살을 파고들었다 도마는 없다 박물관에도 역사책에도 도마는 보이지 않는다 도마들은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