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절집 홍신선 이 가을 찬비에 온몸 쫄딱 젖은 늙은 고양이가 절집 처마 끝에 은신해 그 비를 긋고 있다. 명부전 뒤 으늑한 땅이 생판 모를 한 포기 민들레를 가부좌 튼 무릎 위에 앉히고 서로 체온을 나누며 서로의 온기로 시간을 말리며 화엄 하나 이룬 것을 또 그 옆에는 고목이 고색창연한 제 슬하를 비워 담쟁이덩굴 두어 가닥 거둬 양육하는 것을 내 안의 어딘가 그런 절집 하나 찬바람머리 부슬비 속 그런 그린 듯 앉았다. 이건 내 세월도 아닌데 적막을 착취하는 이 비는 언제 그칠 것인가 속울음 삼킨 고양이마냥. -전문- ▶미루나무가 바람에 몸을 맡기는 집/ 홍신선 시인의 '오류헌五柳軒' (부분)_김밝은/ 시인 대문 앞에 '운보 문학의 집'이라 새겨진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