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252

이찬_그리움, 방법으로서의 유토피아(발췌)/ 그리움은 제 굴혈로 돌아온다 : 이영광

中 그리움은 제 굴혈로 돌아온다 이영광 당신에게 도달하는 그리움은 없다 그리움은 내게로 온다 기름을 만땅으로 넣고 남쪽 바다 수직 절벽까지 가서 흰 갈매기들의 보행 멀리, 구멍뿐인 공중을 팽팽히 당겨 보다가도 시월 햇빛 난반사하는 끓는 가마솥, 그 다도해에 무수히 뛰어들어 보다가도, 그리움은 그리움의 칼에 베여 뒹구는 것 우리가 두 마리 어지러운 짐승으로 불탔다 해도 짐승으로 세상을 헤쳐 갈 수 없어 한 짐승은 짐승으로 남았으므로 칼을 녹여 다시 불을 만들 순 없다 제 골대로 역주행하는 공격수처럼 멍청히 뭉그적대는 귀경 차량들 틈에 끼어들 수밖에 없다 다급한 건 생환이어서, 같은 경기도계에서부터 저렇게 밀리는 것이리라 짐승을 사랑할 수 없어 당신이 두 마리 사람으로 살아간다 하더라도 사람을 사랑할 줄 몰..

권두언 2021.12.18

「문학의 집·서울」의 태동과 역사적인 탄생/ 김후란

「문학의 집· 서울」의 태동과 역사적인 탄생 김후란/ 시인 · 「문학의 집 · 서울」 이사장 집사광익集思廣益 여럿이서 생각을 모으면 이로움이 크다는 이 평범하고도 뜻깊은 말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 · 서울」도 그렇게 탄생했다. 지난 20년 동안 문학인들이 힘을 합쳐 우리 사회에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문화 융성의 기운이 증폭되는 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탄생의 계기는 1999년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으로 있을 때 국제 심포지엄을 하면서 베를린, 본, 함부르크, 뮌헨 등 독일의 대도시에 아름다운 이 있고 그 집은 지역문화발전의 기틀이 되었다는 자료를 입수, 우리나라에도 특히 서울에도 그런 이 있어야 하겠다는 소망의 씨앗이 가슴속에 움텄기 때문이었다. ..

권두언 2021.11.18

『현대시』2021 - 9월(381)호/ 편집후기

편집후기 미군이 8월 말까지 완전 철군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를 모두 점령하고 권력 인수 작업에 들어갔다. 아프간 정부는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국외로 도피했다. 이에 탈레반의 인권 탄압을 우려한 수십 만 명의 주민들이 피란 행렬에 나서고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편집부)

권두언 2021.11.18

『한국시인』창간사 : 주춧돌 하나/ 나태주

주춧돌 하나 나태주 집이 없다고 그럽니다. 오랫동안 그랬다고 합니다. 집을 지어야 한다는 말들을 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지어야 하느냐고 말을 했다고 합니다. 기다려 보자고 또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망설이며 주저하며 가슴을 쓸어내린 날들이 길었다고 그럽니다. 어찌할까요? 이대로 그냥 갈까요. 그냥 잠시 아쉬운 마음으로 스쳐 가기만 하면 될까요. 글쎄요. 이참에 누군가 무모한 사람 하나 있어 주춧돌 하나 놓으면 안 될까요! 하나의 주춧돌이 두 개의 주춧돌이 되고 다시 세 개, 네 개가 되는 날 기둥을 놓을 날이 오지 않을까요. 세상은 세찬 강물이고 우리는 조그만 배입니다. 조그만 배들은 거센 물결에 부서지고 넘어지고 물에 그만 잠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은 배들을 밧줄로 묶으면 넘어지지 않고 강물을 ..

권두언 2021.11.09

'엄브렐라'를 창간하며/ 송 진

'엄브렐라'를 창간하며 송 진 안녕하십니까? 연초록 잎들이 새들의 노랫소리아 함께 지상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요즘입니다. 저는 『엄브렐라』 발행인 송진이라고 합니다. 문단 어르신과 선배, 동료, 후배님들을 일일이 찾아 뵙지 못하고 이렇게 지면으로 인사 드리게 되어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점 넓으신 아량으로 혜량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지혜로운 사람은 어두운 것을 버리고 밝은 것을 닦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절실히 와 닿는 말씀입니다. 엄브렐라를 창간하기로 생각하고 청탁을 드리려고 하니 무척 부끄러웠습니다.그 까닭은 원고료가 너무 적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엄브렐라를 창간한 까닭이 원고료가 적더라도 꼭 드리자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권두언 2021.11.05

음악가의 에피소드와 시/ 배홍배

음악가의 에피소드와 시 배홍배 에피소드) 피아노의 라이벌 쇼팽과 리스트의 대결/ 예술계에는 라이벌이 늘 존재한다. 쇼팽과 리스트는 동시대에 활동한 피아노 연주가 겸 작곡가다. 폴란드에서 리스트보다 한 해 먼저 태어난 쇼팽은 7세 때 작곡을 하고 8세에 공연을 했을 만큼 어릴 때부터 천재란 말을 들었다. 러시아가 폴란드를 침공하자 군 징집 문제와 건강으로 고민하던 쇼팽은 아버지의 고향인 파리로 이주해 생을 마칠 때까지 그곳에서 음악 활동을 한다. 말끔한 귀족 스타일이었던 소팽은 병약하고 성격마저 섬세해 많은 청중들 앞에서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는 파리의 여러 살롱에서 소수의 청중들에게 인간의 내밀함을 깊은 통찰력과 피아노의 신비로운 음향으로 그러내 들려줌으로써 피아노의 시인이란 별칭을 얻고..

권두언 2021.10.09

좋은 시, 새로운 시를 쓰는 법/ 이은봉

좋은 시, 새로운 시를 쓰는 법 -인식의 전환을 위하여 이은봉 1. 항상 새로운 시, 감동을 주는 시를 쓰려고 노력하라. 이미 남이 다 쓴 시를 써서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 새로운 시를 써야 독자들에게 정서적 충격을 줄 수 있고, 문학사의 재산과 유산이 될 수 있다. 이미 남이 쓴 시, 남이 쓴 시와 비슷하거나 유사한 시를 써서는 독자들에게 감동도 주지 않고, 시사적 의미도 갖지 못한다. 새로운 시는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삶 속에서 나온다. 시대의 첨단에 설 때, 전위에 설 때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삶이 새로운 언어를 만들고, 새로운 시를 만든다. 나날의 일상에서 새로운 인식과 새로운 언어, 새로운 형식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새로운 시를 쓸 수 있다...

권두언 2021.09.12

빙하기 극복의 길/ 조정래(소설가)

빙하기 극복의 길 조정래/ 소설가 마침내 문학계에 빙하기가 닥쳐왔다. 10여 년 전부터 떠돌기 시작했던 '문학의 위기'라는 음울한 소문이 기어코 현실이 된 것이다. 그 소문은 태풍의 전조처럼 불길하고 불안했지만 막을 도리도, 피할 방법도 없었다. 그저 닥쳐오면 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 불행이었다. 그런데 태풍의 위력으로 문학계를 강타해온 그 불행의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맹랑하고도 해괴한, 손바닥만 한 기계 스마트폰이었다. 핸드폰이 처음 나왔을 때 일반인들 중에는 머지않아 스마트폰이라는 이상야릇한 물건이 돌출하리라는 것을 상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전화기'의 신통한 편리함에 매료되고 있을 때 극소수의 파격적인 과학자들은 스마트폰이라는 기상천외한 기계를 탄생시키려고 진..

권두언 2021.09.12

우리 시대의 노래를 위하여/ 구석본

우리 시대의 노래를 위하여 구석본 가시리 가시리잇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날러는 엇지 살라하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잡사와 두어리마난 선하면 아니올세라/ 설운님 보내옵나니/ 가시는 듯 도셔 오소서 고려 속요 를 ‘나ᄂᆞᆫ’이라는 투식어套式語와 각 연의 '위 증즐가 태평성대太平盛大'라는 후렴구를 생략하고 인용했다. 현대에 와서 대중가요로 작곡되어 널리 불리어지기도 한 '가시리'다. 수백 년 시간을 초월하여 재창조되어 불릴 수 있는 그 생명력이 놀랍다. 속요俗謠란 글자 그대로 속된 노래다. 이런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향유 계층이 평민이고 평민들에 의해 창작된 문학이다. 짐작건대 당대 지식인들에게는 외면당했을 수 있는 노래인 것이다. 지은이도 전하지 않는다. 평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다가 문자..

권두언 2021.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