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252

강남주_문학이 평가절하되고 있다(발췌)/ 흥망이 유수하니 : 원천석

中 문학이 평가절하되고 있다(발췌) 강남주 우리는 어쩌다가 문학이 시들어가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신문의 신간소개나 서평란만 봐도 그렇다. 정치 문제, 사회문제, 취직관계 기술서적 등은 지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신간소개 난이 따로 있는 토요일인 오늘 아침 신문에서도 문학에 관계된 서평 같은 것은 깨알 같았다.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도 이런 현상은 마찬가지다. 이를 반드시 나쁘다고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정치관, 변화가 무상한 사회현상을 독서를 통해 똑바로 이해하는 일, 이 취직난 속에서 일자리 찾기를 위한 노력, 국제사회 속에서 외국어 능력을 기르는 일도 다 중요하다. 입시를 목전에 둔 수험생들의 바른 길라잡이로서 제대로 된 인터넷 서점의 입시서적들은 효용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도 ..

권두언 2022.04.04

2021년 가을에 빈다(부분)/ 이상문(소설가)

中 2021 이 가을에 빈다(부분) 이상문/ 소설가 종이 이전에 서사재로 쓰던 파피루스가 있었다. 이집트 라인강변에서만 자라는 파피루스라는 갈대로 만들었다. 기원전 2세기 무렵이었다. 이 나라의 왕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무려 70만 개의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소장하고 있었다. 세계 최대의 학문과 역사 자료였다. 그런데 오스만투르크 제국 중 하나인 페라가몬의 왕이 거기에 버금가는 도서관을 만들자는 꿈을 갖고 있었다. 문화 선진국으로 우뚝 서자는 것이었다. 다행히 이집트와 교섭 끝에 귀한 갈대 수입에 성공했고, 몇 년 동안의 쉬지 않는 노력으로 두루마리 20만 개를 소장하게 됐다. 이때 문제가 생겼다. 소식을 들은 이집트 왕이 곧 갈대를 수출금지 품목으로 묶어버린 것이다. 파피루스 갈대는 이집트에서만 생산되..

권두언 2022.04.01

미래서정 10호, 코로나19와 함께 하는 두 자리 숫자의 무게/ 정혜영

전문 미래서정 10호, 코로나19와 함께 하는 두 자리 숫자의 무게 정혜영/ 시인, 서정시학회 회장 『미래서정』 10호를 세상에 내놓는다. 숫자가 두 자리로 바뀌는 것이 기쁘고도 무겁다. 서정시학회 동인은 『서정시학』으로 등단한 분들과 『서정시학』에서 책을 낸 분들에게 문을 열어놓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문학에 대한 진지한 열정을 가진 훌륭한 분들이 최동호 교수님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 서정의 미래, 미래의 서정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할 것인가. 서정시학회 동인들만의 질문은 아닐 것이다. 학자들은 학자들대로 문학 현장에 있는 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무게를 감당하고 유지할 만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나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권두언 2022.03.14

극복의 길(부분)/ 허영자

中 극복의 길 허영자/ 시인 · 한국문인협회 고문 재앙의 늪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Corona)'라고 하는 괴질이 전 세계를 휩쓸며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극악한 범인이 변장과 위장을 하듯 '델타(Delta)'로 변질되고 다시 '오미크론(Omicron)'으로 변이되어 다음에는 어떤 변화, 어떤 사태가 올지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구라는 푸른 별 위에 살고 있는 인류 전체가 환자가 되고 생사를 함께하는 운명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빈부귀천, 남녀노소를 가림 없이 국경을 넘어, 피부색을 넘어, 이념을 넘어 병균의 침노는 가차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방약과 치료제를 개발하여 방역과 치유에 혼신을 다하고 있으나 좀처럼 진정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세 번씩이나 예방주사를 맞아..

권두언 2022.03.08

송가 중의 송가/ 고영섭

송가 중의 송가 고영섭 우리 한민족은 환국(환인)과 배달국(환웅)과 조선(단군)의 삼대와 전前삼한 그리고 후後삼한과 대부여/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사국으로 이어왔다. 그리하여 우리의 배달족 즉 동이족은 상고의 삼대와 전후 삼한 그리고 고대 사국의 왕조를 거치면서 노래와 춤과 의례의 연희를 좋아했다. 이들 노래 중에서도 '신라가요'는 고조선의 「공무도하가」와 고구려의 「황조가」 및 백제의 「정읍사」와 가야의 「구지가」 그리고 고려의 「동동」 등과 달리 '향가鄕歌' 즉 '국가國歌'로 불렸다. 아마도 '성城'이나 '진鎭' 이외의 곳까지 널리 불린 전국구의 '향가'였기에 '국가'로 불렸을 것이다. 고대의 국가國歌 즉 '나라가요'였던 『시경詩經』처럼 신라의 가요집인 『삼대목(大矩 화상/魏弘, 각간)』이 편찬된 ..

권두언 2022.03.03

적폐난적의 시(발췌)/ 강영환

적폐난적의 시 강영환/ 본지 자문위원 현대시는 어렵다. 화자도 사라지고 시점도 숨어버려서 독자는 어떤 가닥을 잡고 시 속에 몰입해 가야 하는지를 잃어버린다. 시의 입구에서 방황하기에 아예 시 읽기를 포기하거나 읽고 난 뒤에도 무슨 말을 읽었는지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그래서 현대시는 난적이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시인이 독자들로부터 도피해가는 습성 때문에 그렇다고들 한다. 쉬운 시는 독자에게 다가가 독자의 입맛에 맞는 언어와 생각으로 시를 만들기에 쉽게 읽혀지는 시가 된다. 반면에 어려운 시는 독자들이 따라와 이해하게 되면 자신의 시가 상식에 전락해 버리기나 한 듯 독자들이 모르는 곳으로 내빼고 싶은 것이고 그렇게 자신을 들키지 않게 숨기고 독자들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에 시는 점점 더 이해 불..

권두언 2022.02.23

우리 시, 어디쯤 가고 있는가?(부분)/ 임동윤

부분 우리 시, 어디쯤 가고 있는가?(부분) 임동윤/ 계간 『시와소금』 발행인 (전략) 이제 『시와소금』 창간 11년째를 맞이합니다. 지난 2년 사이 알게 모르게 몇 개의 문예지가 문을 닫았습니다. 시인에게 지속적인 발표의 기회를 주고 창작 동기와 소통의 기회를 부여하던 플랫폼이 사라지는 아픔을 겪은 것입니다. 또한 신인상 등단 제도를 두어 좋은 시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도 그만큼 좁아졌습니다. 필자가 청년 시절엔 '시를 쓰면 굶어 죽는다'는 말이 유행했지만 우리는 무슨 숙명처럼 시를 쓰곤 했습니다. 진작 밥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세상엔 끊임없이 시를 쓰는 젊은 시인들이 탄생했고, 그만큼 그들은 시에서 삶의 좌표를 찾아내..

권두언 2022.02.20

김종철의 '이 세계'와 다모클레스의 칼(발췌)/ 신충식(경희대 교수)

中 김종철의 '이 세계'와 다모클레스의 칼(발췌) 신충식/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이 글에서는 2020년 6월 26일 김종철 선생님의 추도식에서 김해자 시인이 "세계가 죽음을 향해 나자빠지는 소용돌이 속에서/ 비행기 바퀴 구르는 소리가 일각도 멈추지 않는 이명/ 그것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만이 아니라 대지가 온몸으로 절규하는 귀울음"이라 했던 것과 정우영 시인이 그의 이명을 가리켜 "지구가 깨지는 소리"라 하면서 "그 소리를 온몸에 받아 홀로 삭인 이가 김종철 선생님"이었다고 했던 데 전적으로 공감하며, '이 세계'의 측면에서 오늘날 전 인류가 당면한 기후 위기 상황이 우리 머리 위에 매달린 다모클레스의 칼1)임을 긴급하게 알리고자 한다. (p. 20-21) 1) 다모클레스의 칼은 고대 그리스의 이야..

권두언 2022.02.10

작가에게 고향은 무엇일까/ 윤영근(소설가)

작가에게 고향은 무엇일까 윤영근/ 소설가 한 작가에게 고향은 어떤 의미일까? 중학교 시절 어렴풋이 장차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간직한 이후 70년 세월을 늘 글감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고조부 때부터 4대를 이어온 가업인 한의원을 운영하며 환자들을 진료한 세월 또한 60여 년 세월이니, 평생을 글쓰기와 한의사로 살아온 셈이다. 어린 시절 우리 집 사랑은 말 그대로 소리꾼의 사랑방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임방울이며 송만갑이며 이화중선 같은 소리꾼들이 찾아와 며칠씩 머물다 갔다. 소리꾼이 오면 우리 집 마당에서는 자연스레 소리판이 벌어졌다. 어머니와 마루 끝에 나란히 앉아 들었던 명창들의 소리는 내게 한 대목을 흥얼거릴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내 소설 「동편제」며 「각설이의 노래」며 「가왕..

권두언 2021.12.30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 10주년을 맞아(부분)/ 오봉옥 · 강성률

中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 10주년을 맞아(부분) 지나간 십 년의 세월은 기존 문예지가 지닌 관례화된 형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시간이었다. 『문학의 오늘』이라는 제호를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로 바꾼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앞으로의 십 년 역시 한국문학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우리 자신을 끊임없이 갱신해 나갈 것을 약속 드린다. 오봉옥(편집인) 영화 이론을 공부하다 보면 가끔 회의가 들곤 한다. 사진이 가장 앞선 과학 기술의 산물이었던 시대에 움직이는 영상(moving picture)이 등장했으니, 영화(movie)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지 않을 수 없었고, 이런 영화에 대한 학문적 관심도 당연히 높있다. 영화가 예술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 탐구하는 것부터 시작해 리얼..

권두언 2021.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