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돌고 있는 것은 우리다!
카를로 로벨리 : 이중원 옮김
인간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자연의 조각들이고, 우주라는 거대한 프레스코화를 채우는 일부분이며, 수많은 것들 중 아주 작은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와 세상의 나머지(우리를 제외한 모든 세상) 사이에는 물리적 상호 작용들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세상의 '모든' 변수가 우리나 우리가 속한 세상의 한 조각과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변수들 중 극히 '일부'만 상호 작용을 하고 대부분은 우리와의 상호 작용이 전혀 없다. 변수도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고, 우리도 변수를 알아채지 못한다. 세상의 배열이 분명히 다른 배열들임에도 우리에게는 동등하게 보이는 이유가 이것이다. 나와 물 한 컵(세상의 두 조각) 사이의 물리적 상호 작용은 각 물 분자의 움직임과는 무관하다. 마찬가지로,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세상의 두 조각) 사이의 물리적 상호 작용은 저 밖에서 벌어지는 자세한 일들을 무시한다. 그래서 세상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희미하다. 왜냐면 우리가 속해 있는 세상의 일부와 나머지 세상 사이의 물리적 상호 작용이 수많은 변수들에 대해 여전히 깜깜하기 때문이다. (p. 152)
--------------------
* 카를로 로벨리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서/ 2019. 6. 10. 초판 1쇄 & 2020. 1. 13. 28쇄. <쌤앤파커스> 발행
* 카를로 로벨리(1956~)/ 이탈리아 베로나 출생,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을 결합한 '루프양자중력'이라는 개념으로 블랙홀을 새롭게 규명한 우주론의 대가로, '제2의 스티븐 호킹'이라 평가받는다. 1981년 볼로냐대학교에서 물리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1986년 파도바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학교 이론 물리학센터 교수이자 프랑스 대학연구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모든 순간의 물리학』『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등이 있다.
* 옮긴이 이중원/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동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과학철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시립대학교 인문대학 학장 및 교육대학원장, 교육인증원장을 지냈고, 한국과학철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지은 책으로는 『인문학으로 과학 읽기』『서양근대철학의 열 가지 쟁점』『과학으로 생각한다』『욕망하는 테크놀로지』『양자 · 정보 · 생명』 등이 있고, 감수한 책으로는 『모든 순간의 물리학』『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가 있다.
'한 줄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 부커상 수상자, 데이먼 갤거트 (0) | 2022.04.07 |
---|---|
독일 연극의 거장, 베르돌트 브레히트/ 편집부 (0) | 2022.04.07 |
성벽(城壁)과 성문의 의미(발췌)/ 이병주(소설가) (0) | 2022.03.28 |
바람칼과 칼깃/ 故 장승욱 (0) | 2022.03.21 |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T.S.엘리엇/ 편집부 (0) | 2022.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