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문학의 집·서울」의 태동과 역사적인 탄생/ 김후란

검지 정숙자 2021. 11. 18. 15:26

 

    「문학의 집· 서울」의 태동과 역사적인 탄생

 

     김후란/ 시인 · 「문학의 집 · 서울」 이사장

 

 

  집사광익集思廣益    여럿이서 생각을 모으면 이로움이 크다는 이 평범하고도 뜻깊은 말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 · 서울」도 그렇게 탄생했다. 지난 20년 동안 문학인들이 힘을 합쳐 우리 사회에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문화 융성의 기운이 증폭되는 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문학의 집> 탄생의 계기는 1999년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으로 있을 때 국제 심포지엄을 하면서 베를린, 본, 함부르크, 뮌헨 등 독일의 대도시에 아름다운 <문학의 집>이 있고 그 집은 지역문화발전의 기틀이 되었다는 자료를 입수, 우리나라에도 특히 서울에도 그런 <문학의 집>이 있어야 하겠다는 소망의 씨앗이 가슴속에 움텄기 때문이었다. 당시 생명의 숲 국민운동을 주도하고 있던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과 그 단체의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던 내가 독일의 경우를 말하고 부럽다고 하자 문 사장의 반응이 참으로 신선했다.

  "그것 좋은 생각인데 한번 해보시지요."

  "문인들이 무슨 힘으로 그런 큰일을 할 수 있나요?"

  "아니, 왜 안 된다고 하십니까?"

  이날의 짧은 대화가 세상에 새로운 탄생의 빛을 내뿜었다.

  유한킴벌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되어 우선 건물 모색에 들어갔다. 그때 서울시 소유의 전 안기부장 공관이 비어 있음을 알게 되어 현장을 가보니 수년 동안 비어 있어 정원은 잡초로 우거져 있었으나 남산 기슭 숲에 굴러싸인 2층 하얀 대리석 집이 바로 우리가 찾던 건물임을 직감하였다.

  문국현 사장은 유한킴벌리의 메세나운동으로 건물 수리를 약속하였고 신봉승, 성춘복, 전옥주, 김후란 등 문인들로 구성된 준비위원회에서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서울시에 건물사용청원서를 제출했다. 서울시의 건물사용허가를 받기까지 그 과정은 쉽지 않았으나 드디어 당시의 고건 서울시장의 승인을 받아내었고, 2001년 5월 7일 세종문화회관 1층 세종홀에서 황금찬, 조병화, 김남조, 전숙희, 차범석 작가 등 100여 명의 원로 중진문인들이 참여하여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날 정관 채택, 사업계획 승인, 고문단과 이사진 구성안 등이 원활하게 통과됨에 따라 6월 1일 서울시 산하 사단법인 등록을 마쳤다.

  2001년 7월 12일. 문인들과 내빈들의 축하를 받으며 우리나라 제1호 「문학의 집 · 서울」 착공식이 거행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2001년 10월 26일 찬연하게 개관식을 가졌다. 원로 중진 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당시 고건 시장과 이어령 고문의 축사로 뜻깊은 격려를 받았다. 이날 「문학의 집 · 서울」을 둘러쌌던 담과 높은 대문을 과감히 철거한 것은 모든 시민 누구나 무료로 문학행사 참여를 환영한다는 뜻임을 선포하였다.

  서울시 자산관리법 때문에 해마다 적지 않은 건물 사용료를 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유한킴벌리의 지원과 회원들의 회비를 토대로 문학 관련 사업을 의욕적으로 진행하였다. 이에 문화사업의 중요성을 인정한 문화관광부와 서울시가 일부 사업비를 지원하면서 우리는 적은 인원으로 끊임없이 많은 문화행사를 추진해왔다.

  이렇게 출발한 「문학의 집 · 서울」이 어느새 20년·······. 돌이켜보건대 이 긴 세월에 고문님들, 이사님들, 회원님들의 적극적인 동참의지와 후원으로 20년 역사를 쌓아왔음을 감사드린다. 또한 서울시와 유한킴벌리의 초지일관한 지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학행사를 함으로써 문인들과 시민들의 문학적 교감이 이어지고, 2005년에는 산림청과 유한킴벌리의 도움으로 강당도 지어 문단의 많은 단체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음을 감사드린다.

  미래학자들이 이미 예견했듯이 21세기는 과학기술의 사회, 정보화사회, 문화사업사회라는 큰 물길로 발전해가고 있다. 여기에는 문학이 창조적이며 정서적인 인성계발에 직접 간접 영향을 미치는 문화의 주도체로서 중요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한글이라는 보물이 있고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문화국민으로서의 긍지와 문화융성 의지가 있는 한, 「문학의 집 · 서울」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아울러 우리 문학과 문학인들이 더욱 존중받는 기풍이 진작되기를 기대한다. ▩  

   (시인 · 『문학의 집 · 서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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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의 집 · 서울』 2021-10월(240)호/ <창립 20주년을 맞으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