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관, 이후/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6. 5. 09:47

 

    관, 이후

 

     정숙자

 

 

  무덤, 거기서부터 잣대가 투명해진다

  과거의 별에게 특혜란 없다

 

  퇴고하지 못한다. 더 이상 신작을 발표하지도 못한다.

그에게 바쳐졌던 초저녁과 꽃들이 회수된다. 단단히 구

멍 뚫리는 뼈. 오늘의 비평서적 안에서 그의 뼈는 뼈를

친다.

 

  무덤이 열렸다고 말할 뻔했다. 백 년 전 작품을 평자가

열고 평자가 결은 책을 독자가 열고, 장강의 물굽이가

책갈피를 타고 흐른다.

 

  그 책갈피에선 개구리도 몇 마리 뛰어내려

  괄~ 걸~ 괄~ 걸~ 과거를 운다

  수맥의 후원도

  덩굴손도 시렁도 없는

  오로지 작품만이 중력이었던 타인의 고독을 갚으며 운다

 

  ‘백 년은 가히 등이다’ 표4 뒤의 오늘,

  오늘은 다시 또 백 년을 넘겨받는다

    -『문학의 오늘』2012-여름호

 

     -------------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악마의 바늘/ 정숙자  (0) 2012.07.11
태양의 하트/ 정숙자  (0) 2012.07.11
풀의 행성/ 정숙자  (0) 2012.06.05
몽돌/ 정숙자  (0) 2012.06.05
파란 피아노/ 정숙자  (0) 2012.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