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이후
정숙자
무덤, 거기서부터 잣대가 투명해진다
과거의 별에게 특혜란 없다
퇴고하지 못한다. 더 이상 신작을 발표하지도 못한다.
그에게 바쳐졌던 초저녁과 꽃들이 회수된다. 단단히 구
멍 뚫리는 뼈. 오늘의 비평서적 안에서 그의 뼈는 뼈를
놓친다.
무덤이 열렸다고 말할 뻔했다. 백 년 전 작품을 평자가
열고 평자가 결은 책을 독자가 열고, …장강의 물굽이가
책갈피를 타고 흐른다.
그 책갈피에선 개구리도 몇 마리 뛰어내려
괄~ 걸~ 괄~ 걸~ 과거를 운다
수맥의 후원도
덩굴손도 시렁도 없는
오로지 작품만이 중력이었던 타인의 고독을 갚으며 운다
‘백 년은 가히 등燈이다’ 표4 뒤의 오늘,
오늘은 다시 또 백 년을 넘겨받는다
-『문학의 오늘』2012-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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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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