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바람의 무도
고석종
누구든 어둠을 건너려면 눈을 감아야 한다
저 숲속, 웅크린 적멸도
그렇게 유희의 징검다리를 건너갔을 게다
면식범일까
덫에 걸린 털목도리를 걷어내자
어금니를 앙다문 적멸의 유희가 벌긋거렸다
떴다방인가
저주파가 환시처럼 떠다니던 날, 누군가
할켜대던 허공 벽
패인 빗살무늬가 목울대를 휘감아 조여도
바람만 왁자한 숲은 묵비권이다
빗장을 풀지 못한 채
검시를 끝내고 구부러진 나무처럼 굳어버린
무릎 뼈를 펼 때
우두둑, 어디론가 마지막 신호음을 타전했다
고삐에서 떨어져 떨고 있는
잠긴 휴대폰, 비밀번호도 찾아야 한다
완행열차가 될 것 같다며
두런거린 현장이 따갑게 꽂혀 왔다
울혈을 잉태한 새벽
바람의 척추를 쪼아 먹는 그들의 가슴에도
시반처럼
검붉은 피멍이 뭉쳐있을 것이다
윙윙 비밀번호 같은 바람의 무도
숲속을 훑고 떠난 궤적, 저 적멸의 유희
*시집『말단 형사와 낡은 폐선』에서/ 2010.8.30<한국문연>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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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종/ 전남 완도 고금 출생, 2003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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