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성난 돼지감자/ 원구식

검지 정숙자 2021. 5. 10. 23:46

 

    성난 돼지감자

 

    원구식

 

 

  나는 걸신들린 여우처럼 산비탈에서 야생의 돼지감자를 캐 먹는다. 먹으면 혀가 아리고, 열이 나고, 몸이 가려운 돼지감자. 독을 품은 돼지감자. 살아남기 위해선 누구든, 야생의 돼지감자처럼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삶의 줄기에 독을 품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세상을 향해 외친다. 나 돼지감자야. 어디 한번 씹어 봐. 먹어, 먹으라니까. 그러나 나는 가짜 돼지감자. 독도 없으면서 있는 체 하는 가짜 돼지감자. 우리는 모두 가짜 돼지감자. 길들은, 교육받은, 그리하여 녹말이 다 빠진, 착한, 힘이 없는, 꽉꽉 씹히는, 그러나 성난,

    -전문-

 

  2021년 4월호 VOL. 32-4  현대시 어드벤티지

  ■ 추천심의위원  김혜순  남진우  송재학  장석주  정과리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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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1-4월(37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