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보호구역/ 김정임

검지 정숙자 2021. 1. 21. 15:58

 

    보호구역

 

    김정임

 

 

  흔들의자 아래 염소가 웅크리고 있다

 

  사람들은 웃으며 지나가는데 이곳은 어딜까 돌아보면 걸어온 길이 나무 그림자처럼 누워있다

  염소는 이제 풀밭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아도 어디든 갈 수 있다

 

  어느 날 산을 내려와 커다란 무쇠솥에 들어간 어미, 품속에서 죽은 아기를 끄집어낸 그 몸은 지금도 어미일까

  아버지, 당신은 하필 염소의 심장인가

 

  그 겨울의 밥상에

  염소의 눈물이 떠다녔다

  숟가락 위에 마지막 밤을 올려놓고 언젠가 우리는 아주 다른 곳에서 벌을 받게 되리라 생각했다

 

  의자가 바람에 흔들리자

  염소는 사라지고

  심장을 열었지만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했다

  우리는 날마다 제 발걸음에 놀란 슬픔을 맴돌다 겨우 잠들곤 했다

 

 

    ---------------

   * 계간 『문학에스프리』 2020-겨울(35)호 <신작 시>에서

   * 김정임/ 2002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붉은사슴동굴』 외 3권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풋사과 병/ 이송자  (0) 2021.01.21
겨울, 해삼위(海蔘威)*/ 홍성식  (0) 2021.01.21
거미/ 임문혁  (0) 2021.01.21
기적소리/ 박덕규  (0) 2021.01.21
"주대야, 미안하다!"/ 이시영  (0) 2021.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