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이근일
음악 듣기 좋은 밤이라 생각했다 음악 들으며 음악 속을 걷기에 좋다고
나는 음악 속 돌담을 따가 걷다가 어떤 오래된 성에 다다랐다 열린 아치형의 문으로
콘트라베이스 선율이 드나들고 있었다
나는 홀린 듯 성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텅 비어있었다 다만 색색의 빛을 품은 창들이
지난 내 죄들을 비추었다
그렇게 회한에 잠긴 사이
갑자기 음악이 끊어지더니 문이 밖에서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불길한 기분에 휩싸였고
그러자 어떤 이름 하나가 퍼뜩 뇌리를 스쳤다 내가 잘 모르는 이름이었다 혹 아까 본 거리 악사의 이름일까
나는 문을 두들기며 그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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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시작』 2020-겨울호 <신작시> 에서
* 이근일/ 200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아무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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