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강물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정윤천
아침나절 끌고 온 수레 위에서 몇 가마의 들판이 방앗간 안으로 옮겨졌습니다 방앗간 안의 공기가 따뜻해져 가기 시작합니다
방아가 멈추는 동작이 다니러 오는가 봅니다 그의 들을 스쳐갔던 한 해의 비바람과 햇볕들이 희디 흰 물소리를 뒤에 세우고 늙은 농부의 쌀자루 속으로 흘러드는 장면입니다
그러니 이것은 흰 강물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모자를 눌러 쓴 그의 수레가 다시 마을 쪽으로 돌아갈 때
들판의 강물소리도 옥빛 면수건 한 닢을 어깨에 두르고 느릿느릿 낮은 계절의 모퉁이를 돌아가던 저녁 무렵이기는 하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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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시와사람』 2020-겨울(98)호 <신작시> 에서
* 정윤천/ 199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1년 ⟪실천문학⟫ 신인으로 작품 활동, 시집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십만 년의 사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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