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신파(新派)/ 류미야

검지 정숙자 2021. 1. 16. 02:46

 

    신파新派

 

    류미야

 

 

  슬픔이 갖가지의 표정으로 온다는 걸

  비 갠 뒤 이파리에 맺혔다 떨어지는

  둥글게 무릎을 안은 뒷모습에서 본다

 

  거느린 꿈 없이는 추락도 없다는 듯

  오직 지는 것들만이 가지는

  어떤 무게,

  아침 새 앉았던 가지가

  모르게 부러져 있다

 

  누구도 이곳을 알고 온 이는 없고

  삭정이인 줄 모른 채 걸음을 내디딘다

  동정도 비굴도 없이

  들이닥치는 저녁

 

  다시 바람 쪽으로 나무는 돌아눕는다

  형극의 월계관을 여윈 머리에 쓰고

  검푸른 빛과 그늘로 출렁이며

  춤추며

 

  선천성 몸속 가시가 떠나지 못하도록

  무릎을 더 둥글게 껴안으며,

  나는 왠지

  부러진 나뭇가지에 자주 발을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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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시와사람』 2020-겨울(98)호 <신작시> 에서

   * 류미야/ 2015년 『유심』으로 등단, 시집 『눈먼 말의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