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동 은행나무
성정희
팔백 년 수령이라 말하지만
정확한 나이는 나무만 안다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골고루 수액을 보내어서
아픈 가지가 생기지 않게
잘 돌보는 일을 지켜 온 것이다
아들 둘을 똑같이
사랑을 주고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울면서 편애를 말하는 자식이 있다
균형 잡힌 반듯한 외모
가지 끝 이파리도 상처받지 않도록
팔백 년의 안분에
아들의 오래전 이야기가 들리고
아버지 마음
영조와 탕평책이 생각난다
살아간다는 것은
가끔 장수동 은행나무 앞에 와 보는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어머니의 아버지가 살아오고
아들, 딸 뿌리 내릴 터
튼튼한 뿌리와 풍성한 가지 이파리가 되기를
가슴 뭉클한 힘줄 느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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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시마詩魔』 제6호. 2020. 12. <시마詩魔 1> 에서
* 성정희/ 2019년 『한국문인』으로 시 부문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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