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장수동 은행나무/ 성정희

검지 정숙자 2021. 1. 13. 03:04

 

    장수동 은행나무

 

    성정희

 

 

  팔백 년 수령이라 말하지만

  정확한 나이는 나무만 안다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골고루 수액을 보내어서

  아픈 가지가 생기지 않게

  잘 돌보는 일을 지켜 온 것이다

 

  아들 둘을 똑같이

  사랑을 주고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울면서 편애를 말하는 자식이 있다

 

  균형 잡힌 반듯한 외모

  가지 끝 이파리도 상처받지 않도록

  팔백 년의 안분에

  아들의 오래전 이야기가 들리고

  아버지 마음

  영조와 탕평책이 생각난다

 

  살아간다는 것은

  가끔 장수동 은행나무 앞에 와 보는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어머니의 아버지가 살아오고

  아들, 딸 뿌리 내릴 터

  튼튼한 뿌리와 풍성한 가지 이파리가 되기를

  가슴 뭉클한 힘줄 느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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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시마詩魔』 제6호. 2020. 12. <시마詩魔 1> 에서

   * 성정희/ 2019년 『한국문인』으로 시 부문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