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꿰매다/ 나희덕

검지 정숙자 2021. 1. 12. 01:57

 

    꿰매다

 

    나희덕

 

 

  무언가 열심히 꿰맨다

 

  바닥에는

  방금 실을 끊어낸 실패가 놓여 있고

  실패에는 실이 남아 있다

 

  바늘이

  천과 천 사이를 드나드는 동안

  실패에서 풀려난 실은 한 땀 한 땀 길을 낸다

  한 걸음 한 걸음 찢어진 길을 꿰매듯이

 

  튿어진 바짓단이든 구멍 난 양말이든 떨어진 단추나 후크든

  조금 해지거나 터진 구멍쯤 아무것도 아니라고

  실패를 두려워할 것 없다고

  바늘구멍만한 진실은 어디에든 있다고

  꿰매다 실이 모자라면

  실패를 집어 올려 새로 꿰면 된다고

 

  무언가 꿰고 꿰매는 동안에는

  다정한 이가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실패를 갖고 놀던 아이*는 보았을까

  실을 꿰는 엄마를

  무언가 열심히 꿰매는 엄마를

  엄마는 아이의 불안한 마음까지 다 꿰매주었을까

 

  들숨과 날숨 사이에서

  "fort"와 "da" 사이에서

  엄마의 사라짐과 나타남 사이에서

  가까워지는 발소리와 멀어지는 발소리 사이에서

 

  오늘의 실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실패에는 실이 아직 남아 있고

  무언가 꿰매는 손등에는 고요가 내려와 반짝이는데

      -전문-

 

 

    * 프로이트가 말한 'fort-da'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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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시마詩魔』 제6호. 2020. 12. <시마詩魔-겨울 신작시> 에서

    * 나희덕/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뿌리에게』 『파일명 서정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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