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흩어진 새/ 박해람

검지 정숙자 2021. 1. 11. 02:48

 

    흩어진 새

 

    박해람

 

 

  어디선가

  깃털 하나

  가 날아왔

  다 그곳에

  서 와장

  창 새가

  깨졌다는

  뜻이다

 

  새는 바람의 

  부품으로 조립되

  었으니 바람

  으로 녹슬 것이다

   박해람 짓고 팠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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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비식, 사람 하나가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마을에서 한 시간 정도 올라가면 있던 작은 절 앞마당에서였다. 불이 흩어지는 것인지 연기가 흩어지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분명 사람 하나가 흩어지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새 한 마리가 푸드덕거리며 흩어지는 것처럼.

 

  세상에 흩어지는 것들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다. 마지막으로 몽땅 내놓는 접시의 파열음과 작은 조각과 미세한 가루까지 내놓고 흩어질 때의 아름다움. 봄의 배밭은 또 어떤가. 몇천 평 자포자기 같은 배꽃의 흩날림을 타고 돋던 초록들의 발진.

 

  새가 흩어진 자국은 꼭 활활 타고 있는 모닥불 같다. 하늘을 날던 힘은 다 사라지고 바람의 힘만 가끔 붙어있는 깃털들, 지독하게 스며있던 활강이니 선회니 하는 바람의 종류들과 나뭇가지니 전깃줄이니 하는 그런 착륙의 지점들이 다 빠져나간 무위와 무동력들. 여러 색깔이 섞여 있으니까 한곳의 기후에 살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고 제법 깃털이 억세 보이니까 험악한 국경도 쉽게 넘나들었을 것이고 고양이이거나 족제비나 오소리 같은 지상의 동물에게 먹힌 것으로 보아 계절과 계절 사이를 비행하느라 고단한 잠을 잔 것이 분명하다.

 

  부속품附屬品, 인간의 주된 부속품 중 하나는 감정일 것이다. 어느 부위에도 달려있거나 부착되어 있지는 않지만 감정은 무엇보다고 크고 정교한 부속품이다. 마찬가지로 자연에서도 그와 유사한 것이 흐르는 물과 바람, 그중에서 바람은 무한으로 쓰이고 있다. 제멋대로인 것 같지만 적재적소의 유용함을 갖고 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새는 그 절반이 바람의 부속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생각까지는 모르겠고 다만 더 이상 놀라지 않는 새, 울음이 없는 죽은 새의 깃털까지도 제멋대로 부리는 것으로 보아 새의 바람부속설은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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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시마詩魔』 제6호. 2020. 12. <칼로 새긴 詩> 에서

  * 박해람/ 1998년 월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낡은 침대의 배후가 되어가는 사내』 『백 리를 기다리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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