ㄹ로 묶기
강주
그림자는 여러 개의 손으로 엉켜 있습니다. 양쪽 끝을 잡아당기면 한 개의 손입니다. 손가락을 오므려 작은 구멍을 만들고 들여다보는 세계는 물이 범람하고
덜컹입니다
층계를 밟고 내려가면 더 이상 발이 닿지 않는 구멍은 깊습니다. 기념비에 새겨진 이름이 지워지고 마지막으로 읊조리는
마음은 테두리가 닳습니다. 십자가 모양이 박혀 있는
작은 독사로 가득한 상자를 주고받습니다. 구불구불한 말로 매듭을 짓고 외부로부터 내부를 내부로부터 외부를
외면합니다
돌이켜보면 검게 그을린 그림자입니다. 그림자를 둘러싸고 공존하는 생사와 공전하며
서로를 향해 던지는 밧줄입니다
양쪽 끝을 잡아당기면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으로 포옹은 쉽습니다. 결론에 도달했으며 도무지 발휘되지 않는
날짜들로 덮개를 씌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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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정신』 2020-겨울(74)호 <신작시> 에서
* 강주/ 2016년 『시산맥』으로 등단, 시집 『흰 개 옮겨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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