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60
문효치
푸석한 흙으로
바람에 풀풀 날리고 있을 땐
단단한 바위가 되기를 꿈꿨다
부처님 가호로
바위가 되었을 때
입도 귀도 없는 바위가 되었을 때
이 침묵의 무게에 눌려
꼼짝도 못하고 한사코 서 있을 때
이 징벌로부터 벗어나
바람에 날리는 흙이 되기를
또 다시 꿈꾸고 있다
-전문-
▶ "흙이 되기"를 꿈꾸는 바위 앞에서(발췌)_장경렬/ 문학평론가
지질학 상식에 기대어 말하자면, 모든 바위의 근원은 용융 상태의 마그마이며, 마그마가 냉각되면 화성암이라는 바위가 생성된다. 지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성암이 지표에 노출되면 풍화작용에 의해 잘게 부서져 흙이 되며, 이렇게 해서 생성된 흙이 쌓이고 굳어지는 경우 퇴적암이라는 바위가 형성된다. 그리고 퇴적암이 지각 깊은 곳에서 압력과 열을 받는 경우 변성암이라는 바위가 형성된다. 한편, 퇴적암이든 변성암이든 모두 지표에 노출되면 풍화작용에 의해 다시 흙이 되기도 하고, 지각 깊은 곳에서는 녹아 다시 마그마가 되기도 한다. 예컨대, 모든 자연 현상이 그러하듯, 바위도 '윤회 과정'을 거친다. 이 시에서 시적 화자話者는 이 같은 바위의 '윤회 과정'에 빗대어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 및 그가 희망하는 미래의 자신을 시적으로 형상화한다. 즉, 과거에 "흙"이었던 그는 현재 "바위"로 존재하며, 미래에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기를 꿈꾼다. (p. 시 194/ 론 19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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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파 MUNPA』 2020-겨울호 <스페셜 포커스/ 문효치 연작시 탐구/ 작품평> 에서
* 문효치/ 1966년 ⟪서울신문⟫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계백의 칼』 『별박이자나방』 『모데미풀』 등
* 장경렬/ 인천 출생, 비평집 『미로에서 길 찾기』 『응시와 성찰』 『삶에서 문학으로, 문학에서 삶으로』 등, 現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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