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피사리/ 정수자

검지 정숙자 2020. 8. 28. 15:25

 

 

    피사리

 

    정수자

 

 

  여름이면 피를 뽑던 아버지의 질긴 피사리

 

  등허리 다 녹도록 피 말리는 노역이나 피를 죽여야만 벼가 사는 밥의 일, 그때 똑 도지는 게 방위군* 때 걸린 습진 평생 고질 아버지의 징한 진물이라, 핏물 논에 엉겨 붙어 갈라터진 발등을 검붉은 각질들을 저녁내 뜯으시니, 고대 쪄온 옥수수도 버석버석 소태라 쓴입 내내 다시다 오금 저린 앞산이나 하릴없이 볼작시면

 

  귀 밝은 개밥바라기별이

  바람을 솔솔 부쳐왔네

 

 

  ---------------

  * 『문학과사람』 2020-가을호 <poem & poetry> 에서

  * 정수자/ 1984년 세종숭모제시조백일장 장원으로 등단, 시집 『그을린 입술』등, 가사시집 『화성별곡』, 『한국 현대 시인론』등 공저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