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역설
정숙자
바다일 필요는 없다
폭포나 강물일 필요도 없다
최소단위로 압축된 한 방울이면 족하다
그 한 방울의 초점을 열면
태양과의 합의로 이룬 도시가 한눈에 펼쳐진다
생명력 가득한 거리와 창문들, 신전, 정원··· 행인들까지가 옛 모습 그대로다
고통과 고뇌에 포위당한 날
촛불보다 먼저 꺼져버리고 싶은 날
밤조차 너무 희어, 눈감아지지 않는 날
내 아틀란티스 제1문의 열쇠는
비밀보다 단단히 여민 침묵과 눈물
그 중심에 있다
검붉은 그 슬픔 허물어- 허물어-
홀로 들어선 아틀란티스
그리운- 그리운- 그리운 하늘에 가라앉아버린
그러나 퇴색되지 않은, 그때 그대로의 아틀란티스
돌멩이도 새들도 내일로 달렸던
수레바퀴 소리도 씩씩하기만 했던 나의 아틀란티스
겨우 스물 무렵에 세··· 운···
누군가의 뮤 제국도 거기 그대로 존재할 테지
누군가가 의식/ 기억하는 한
사막이든, 바다든 미래조차도 거기 있다지
절대로- 절대로- 시간은 사라지거나 구겨지지도 아니한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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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문예』 2020-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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