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타투/ 고훈실

검지 정숙자 2020. 6. 10. 17:55

 

 

    타투

 

    고훈실

 

 

  첫 바늘의 감각은 완성도 높은

  죽음의 맛이죠

  내 손목에 장미를 그려 주세요

  결코 어두운 흔적의 파편이 아니에요

  알 수 없는 무기와 가시를 구비한

  내 안의 무늬들

  목욕탕 흐릿한 거울 앞에서

  나를 제거하는 의식이 거행되던 순간

  타인들로 만들어진 내가

  나를 멀뚱히 바라봤죠

  붉은 방울이 칸나처럼 피어나는

  흰 욕조, 타락한 창밖으로

  아래층 담배연기가 지나가고

  난 오래 전진한 의자처럼 낡아갔죠

  입묵入墨의 어루만짐,

  선명한 자헤흔 위로 방울방울

  터지는 흥겨운 장례식

  검고 푸른 꽃들이

  예고도 없이 들이닥치네요

  잉크를 고르고 도안을 오려내

  내 현기증 뒤에

  앉아 있어 줄래요

  마지막 바늘이 

  질문을 지울 때까지 

  

 

  --------------

  『사이펀』 2020-여름호 <신작시>에서

  * 고훈실/ 2010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3과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