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고훈실
첫 바늘의 감각은 완성도 높은
죽음의 맛이죠
내 손목에 장미를 그려 주세요
결코 어두운 흔적의 파편이 아니에요
알 수 없는 무기와 가시를 구비한
내 안의 무늬들
목욕탕 흐릿한 거울 앞에서
나를 제거하는 의식이 거행되던 순간
타인들로 만들어진 내가
나를 멀뚱히 바라봤죠
붉은 방울이 칸나처럼 피어나는
흰 욕조, 타락한 창밖으로
아래층 담배연기가 지나가고
난 오래 전진한 의자처럼 낡아갔죠
입묵入墨의 어루만짐,
선명한 자헤흔 위로 방울방울
터지는 흥겨운 장례식
검고 푸른 꽃들이
예고도 없이 들이닥치네요
잉크를 고르고 도안을 오려내
내 현기증 뒤에
앉아 있어 줄래요
마지막 바늘이
질문을 지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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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펀』 2020-여름호 <신작시>에서
* 고훈실/ 2010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3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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