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시소놀이/ 김인구

검지 정숙자 2020. 6. 10. 17:26

 

 

    시소놀이

 

    김인구

 

 

  사랑은 환상의 힘으로 가는 통통배라고 생각하는 여자와

  사랑은 나누며 가는 아름다운 속수무책이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서로 사랑을 합니다.

 

  사랑할수록 여자는 겨울잠처럼 몸을 웅크리고 남자는

  물음표가 쌓여가는 빈 방에서 허기진 사자처럼 울부짖습니다.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이 차례로 배반을 찌르는 칼날로

  변해갑니다.

 

  아무리 처음처럼이라고 도돌이표를 갖다 붙여도

  처음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고장 난 말들이

  툭툭 끊기는 밤들로 이어져 나갈 때

  두 사람의 사랑이 두 사람의 사랑을 떠나갑니다.

 

  통통배에 가득 실린 물음표들이 미끄러져 바다로 추락할 때

  서로 다른 여자와 서로 다른 남자는 등을 내보입니다

  가지도 오지도 못한 사랑이라 불리웠던

  그 모든 것들이 이름을 잃어버린 한순간

 

  어쩌면 진짜 사랑이 잠시,

  다녀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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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펀』 2020-여름호 <신작시> 에서

   * 김인구/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시와의식』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다시 꽃으로 태어나는 너에게』 『신림동 연가』 『굿바이, 자화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