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놀이
김인구
사랑은 환상의 힘으로 가는 통통배라고 생각하는 여자와
사랑은 나누며 가는 아름다운 속수무책이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서로 사랑을 합니다.
사랑할수록 여자는 겨울잠처럼 몸을 웅크리고 남자는
물음표가 쌓여가는 빈 방에서 허기진 사자처럼 울부짖습니다.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이 차례로 배반을 찌르는 칼날로
변해갑니다.
아무리 처음처럼이라고 도돌이표를 갖다 붙여도
처음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고장 난 말들이
툭툭 끊기는 밤들로 이어져 나갈 때
두 사람의 사랑이 두 사람의 사랑을 떠나갑니다.
통통배에 가득 실린 물음표들이 미끄러져 바다로 추락할 때
서로 다른 여자와 서로 다른 남자는 등을 내보입니다
가지도 오지도 못한 사랑이라 불리웠던
그 모든 것들이 이름을 잃어버린 한순간
어쩌면 진짜 사랑이 잠시,
다녀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 『사이펀』 2020-여름호 <신작시> 에서
* 김인구/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시와의식』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다시 꽃으로 태어나는 너에게』 『신림동 연가』 『굿바이, 자화상』 등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타투/ 고훈실 (0) | 2020.06.10 |
|---|---|
| 잠깐 찾아온 여름엔 무얼 하지/ 권현형 (0) | 2020.06.10 |
| 그녀가 그린 그림들/ 김참 (0) | 2020.06.10 |
| 철학사전/ 정숙자 (0) | 2020.06.10 |
| 2020년 봄 산책일기, 3월 2일/ 이하석 (0) | 2020.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