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튤립이 피는 방식/ 이채민

검지 정숙자 2020. 6. 7. 12:53

 

 

    튤립이 피는 방식

 

    이채민

 

 

  검은 목줄에 채워져 고통을 연기하던 무대에서 시간의 균열을 깨고 내가 분홍으로 피어날 때 당신은 지그시 어금니를 물었고 1막과 2막 사이 갈대숲에서 당신이 뒤돌아서 설렐 때 나는 서걱서걱 검은 튤립으로 피었지

  서로를 껴입지 않은 공포가 낯설게 두리번거릴 때 목줄은 점점 죄어오고 먹어도 채워지자 않아 괜한 사교계의 여우를 베어 먹었어

 

  누가 더 아프고

  누가 덜 아플까

  중대한 착각을 일르키는 순간

  만발한 튤립이

  후드득 절벽을 뛰어내렸지

  놀라운 진실이었어

  그리고

  흔적을 더듬기엔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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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작』 2020-여름호 <신작시> 에서

   * 이채민/ 충남 논산 출생, 2004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오답으로 출렁이는 저 무성함』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