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백구과극(白駒過隙)/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0. 6. 5. 02:35

 

 

    백구과극白駒過隙

 

    정숙자

 

 

  가드레일에 죽은 고양이가 걸쳐져 있다

 

  어쩌다 저리 됐을까

  누가 가져다 저래 놨을까

 

  ······확인한 바 

 

  플라타너스 몇 잎이 말라붙은 나뭇가지였다

  태풍에 찢겼나 보다

  소용돌이치다가 끼었나 보다

  작신 허리 꺾인 포즈를 하고, 너는 푸른 숨을 거두었구나

  갈색으로, 검정으로, 아니 고양이로 변신했구나

 

  <너무 애쓰지 마>

 

  난 풍장이 좋아

  이 길과 저 하늘과 해 질 녘이면 늘 걸어오는 그대들의 말소리와 숨소리, 발자국 수북한 이 길을 택했어, 라고

  말하지도 못하는내 길동무, 한 번 눈여겨 봐주지도 않았던 이파리들 가운데 한 잎이었던 잎, 무음이 돼버린 이제야 입

 

  이 시대에 건성으로가 아니라

  진정으로, 어둠으로 시를 쓰는

  몇몇 시인이 있다

 

  이 시대에 그 몇몇 시인이면 족하다

 

  <너무 애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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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파 MUNPA』 2020-여름호 <시마당> 에서

   * 정숙자/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열매보다 강한 잎』 등, 산문집 『행복음자리표』 『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