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박성현_문장의 미래, 혹은 '침묵의'...(발췌)/ 가족 : 최금녀

검지 정숙자 2020. 6. 4. 00:57

 

 

    가족

 

    최금녀

 

 

  우리는 배고픈 사람들처럼 서로  말했다.

 

  우리의 말에는 허기가 있었다. 들을 때 조금 더 배가 고프거나 불편했다. 말의 새치를 뽑았다. 말은 끊겼다가 이어졌다. 머리카락들이 잠겨 있거나 열려 있거나 했다. 나를 넣어도 넣지 않아도 말들은 변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흘린 말을 한 사람이 쓸어 담았다. 자라나는 말들의 발톱이 아파서 피가 났다. 지나간 말들은 고양이의 털같이 집 안을 날아다녔다. 목구멍 속에 달라붙기도 했다. 뱉어내지 못한 말들은 괄호 안에 넣었다. 말을 끊는 저녁이 함부로 지나갔다. 웃자란 말들의 털을 잘라냈다. 나는 돌아오지 않는 말들은 기다리며 이불을 깔았다.

 

  말의 부스러기들은 깊은 밤에도 날아다녔다.

    -전문-

 

 

  ▶문장의 미래, 혹은 '침묵'이 바라보는 경이로운 시선(발췌)_ 박성현/ 시인  

  우리는 시인의 문장 도처에서 '침묵에 대한 본능적 감각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우리의 말에는 허기가 있었다. 들을 때 조금 더 배가 고프거나 불편했다. 말의 새치를 뽑았다. 말은 끊겼다가 이어졌다. 머리카락들이 잠겨 있거나 열려 있거나 했다. 나를 넣어도 넣지 않아도 말들은 변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흘린 말을 한 사람이 쓸어 담았다. 자라나는 말들의 발톱이 아파서 피가 났다. 지나간 말들은 고양이의 털같이 집 안을 날아다녔다. 목구멍 속에 달라붙기도 했다. 뱉어내지 못한 말들은 괄호 안에 넣었다. 말을 끊는 저녁이 함부로 지나갔다. 옷자란 말들의 털을 잘라냈다. 나는 돌아오지 않는 말들을 기다리며 이불을 깔았다.// 말의 부스러기들은 깊은 밤에도 날아다녔다."(「가족」)는 문장은 오히려 '침묵'을 견디는 독특한 방법을 역설한다. (p. 시 31/ 론 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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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동네』 2020-6월호 <특집/ 대표시/ 작품론>에서

 * 최금녀/ 함남 영흥 출생, 1960년 『자유문학』 으로 소설 부문 등단 & 1998년 『문예운동』으로 시 부문 등단, 시집 『바람에게 밥 사주고  싶다』 『큐피드의 독화살』 등, 시선집 『최금녀의 시와 시세계』 『한 줄, 혹은 두 줄』 , 펜문학상 · 한국여성문학상 등 수상

 * 박성현/ 2009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유쾌한 회전목마의 서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