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마흔이 내린다/ 유병록

검지 정숙자 2020. 6. 2. 17:00

 

 

    마흔이 내린다

 

    유병록

 

 

  하늘은 어둡고

  저 높은 곳에서 빗방울이

  아래로 아래로

 

  창밖을 내다보다가

  나도

  아래로 아래로

 

  열일곱 살부터

  훌륭한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은 첩첩산중

  단점을 찾는 건 재빨리

 

  가까운 사람은 자꾸 줄고

  미워하는 사람은 줄지 않고

  내 잘못을 바로잡는 일은 여전히 서투르고

 

  봄비는 그치지 않고

  웃으며 뛰어다니던 빗속의 시절은 저 멀리

 

  기상청에서는

  올해는 비가 덜 내리고

  무더운 날씨 이어진다는데

 

  비 오는 날만이라도

  훌륭한 사람이 되기로 마음을 바꿔 먹어야 하나

  그건 가능한 일일까

 

  훌륭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아직 알지 못하는데

 

  벌써 마흔의 비가 내리네

  꾸짖듯이는 아니고

  그저 넌지시

  아래로 아래로

  내 머리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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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동네』 2020-6월호 <詩 # 2>에서

  * 유병록/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