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후의 메모
정숙자
피로써 풍선을 불지 말아라
절규도 피로써는 하지 말아라
의지의 문제가 아닌
역류
이안류
잔물결까지
우주 어디선가
명멸하는 별들의 중력에 의한
파장이며 진행인 것을,
(우주시간에 견준) 지구시간은 순식瞬息이란다. 내
피는 어머니의 피. 내 모든 피는 어머니의 피. 내 모든 피
의 최후의 한 방울도 어머니의 피. 그로써 풍선을 불기보
다는 가난한 섬돌을 닦는 게 맑다.
풍선의 전제 조건은 차가움 얇음 가벼움 텅 빔. 피로써
그것을 불려 하다니! 한껏 부푼 풍선은 머잖아 쪼그라들
거나 터지고 만다. 기껏 솟은 풍선은 스스로도 모르는 사
이 공중분해로 찍히는 낙화.
허~풍선에 피를 토하지 마라
높고 외롭고 간절한 피는
어머니의 가장 어린 별
-『시사사』2012-1/2월호
-------------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활엽수의 뇌/ 정숙자 (0) | 2012.05.12 |
---|---|
정숙자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비대칭 반가사유상」/ 작품론 : 강영은 (0) | 2012.02.28 |
누 떼의 도강이 그리 처절한 것은 그들에게 핸드백이 없기 때문이다/ 정숙자 (0) | 2012.01.12 |
굿모닝 천 년/ 정숙자 (0) | 2011.12.20 |
노력을 소비할 것/ 정숙자 (0) | 2011.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