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48
정숙자
별 하나에 뿔 셋/ 날개, 우선 이 괴생물체의 정체부터 알아야겠다. 어디 살고 있는지, 어찌 생겼는지, 어떤 성격인지…. 그 분자를 제대로 파악해야만 계속 기다리든가 좀 더 사냥을 나가보든가 할 게 아닌가.
에잇, 관두자라고-라도 할 수 있을 게 아닌가.
우린 비상이라는 거대파일을 너무 오랫동안 막연히-과감히 인식/판단/짐작해왔다.
'막연히'와 '과감히'는 아삼륙으로서 곧잘 의기투합할 뿐 아니라 천하에 덤비지 못할 일이란 없다. 누군가는 맘만 먹으면 잡을 수 있다든지, 맘만 세우면 무한량 가질 수 있다든지, 때론 그걸 부릴 수 있다고끼지 어깨를 펄럭이더군.
하지만 그건 무용이지. 폐쇄 항로일지도 몰라.
지빠귀라도 좋아. 황망 중에 만난 게 인종人種만 아니라면. 벗-풀이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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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짚어보니 그는 이미 내 곁에 있(었)다. 다 닳은 연필 한 자루만으로도 부를 수 있는 그 이름은 '별 하나에 뿔 셋!' 책을 읽다가 흰 눈썹을 만나면 그 즉시 거기에 별 하나와 뿔 셋을 달아주(었)거든. 요즘 들어 겨우 알았지 뭐야.
행복의 조건이 꼭 인간일 필요는 없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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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문화』 2020-봄호(창간 13주년 기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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