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집 속의 시

밤나무의 소망/ 김윤배

검지 정숙자 2011. 12. 6. 00:03

 

『시 창작 실기론』송수권 지음/ P.423

 

 4. 사투리는 문학의 힘찬 젖줄

 

 

  사투리는 문학의 관계에 대한 이런 생각은 물론 극단적인 것이다. 그러나 표준어에 비해 사투리가 '문학적'이라는 말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표준어의 획일적 규범성에 비해 사투리의 무질서한 파탈은 얼마나 문학적인가. 표준어가 언어 사용자들 사이의 아무런 개인차도 허락하지 않는 데 반해, 사투리는 지역별/계급별로, 심지어는 개인들 사이에서도 독자성과 개성을 존중하고 보장해준다. 문학의 궁극이 자유와 해방일진대,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야말로 참으로 그에 부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P.423)

 

     다 절딴난규 지난번 바람에두 많이 상했는디 이번에는 아주 절딴나구 말었슈 왼케 바람이

 쌔니께 말두 못해유 그럼유 다 쏟아지구 말었슈 퍼렇게 쏟아진 풋밤송이를 보구 있을라문

억장이 무너져유 온 산이 퍼렁규 가쟁이두 모두 찢어지구유 뿌리째 뽑힌 낭구도 수월찮유

지난해에두 밤농사는 거의 망했었슈 올해는 좀 괜찮을라나 했쥬 그런디 그 오살을 한 눔의

태풍 십사홍가 멍가 하는, 하기사 삿짜 들어가서 안 죽은 눔 없능규 서울 사는 맏이유, 아이구

말두 말어유 월급쟁이 갈급쟁이라구 지 살기두 빠듯해유 멀 도와유 내가 밤 내서 돈 좀 올려보내

줄라구 그랜는디 이 모양이 됐으니 갸두 큰일이쥬 손자녀석 가에비래두 보탤라구 했는지

에릴적부텀 꼬부랑말하고 꼼퓨터하고 가르쳐야 한다구 즈 에미가 안달이라구유 밤농사 거덜이

났으니 이제 어쩔뀨 증말이지 억장이 무너져유 날씨 원망하기는유 다 하늘이 하는 일이니

어쩐대유 하늘만 올려다볼 뿐이쥬 대책은 무신 대책이 있겄슈 허나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능규

산엘 올라야쥬 찢어진 밤낭구를 돌바야쥬 내보다 더 억장이 무너지는 눔이 밤낭구들 아니겄슈

탱글탱글한 밤알 하나 보름달빛 속으루 툭 소리내며 떨어뜨려보능게 밤나무들 소망 아니겄슈  

                                                                           -김윤배, <밤나무의 소망> 전문(P.425)

 

    *상상력 개발을 위한 유형학습 『시 창작 실기론』에서/ 2010.12.24, 2판1쇄 (주)문학사상사 펴냄

    *송수권/ 전남 고흥 출생, 1975년『문학사상』으로 등단/ 현재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 명예교수       

    *김윤배/ 충북 청주 출생, 1986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