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이런! 이런, 이런/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10. 2. 01:52

 

    이런! 이런, 이런

 

    정숙자



  사돈댁에서 꼬막을 한 상자 보내왔다

  뻘이 잔뜩 묻어 있다

  와르르 쏟아붓고 문질러 씻는다

  살아 있다는데

  얼마나 무섭고 어지러울까                   

  꼬막끼리 부딪는 소리가 하늘에 찬다

  씻고, 씻고 몇 번이고 또 씻고

  끓는 물에 꼬막을 집어넣는다

  “살아 있는 꼬막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다

  는 사부인 말씀대로

  정확(鼎鑊)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꼬막

  감중련하고 앞뒷문 닫아 건 꼬막

  이렇게 믿을 만한 것이

  예쁘게도 생긴 것이

  요렇게 작은 몸을 하고 묻혀

  있었다니, 뻘밭에서 뒹굴고 있었다니

    -시안2002. 여름호

 

    -------------

  *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