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런, 이런
정숙자
사돈댁에서 꼬막을 한 상자 보내왔다
뻘이 잔뜩 묻어 있다
와르르 쏟아붓고 문질러 씻는다
살아 있다는데
얼마나 무섭고 어지러울까
꼬막끼리 부딪는 소리가 하늘에 찬다
씻고, 씻고 몇 번이고 또 씻고
끓는 물에 꼬막을 집어넣는다
“살아 있는 꼬막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다
는 사부인 말씀대로
정확(鼎鑊)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꼬막
감중련하고 앞뒷문 닫아 건 꼬막
이렇게 믿을 만한 것이
예쁘게도 생긴 것이
요렇게 작은 몸을 하고 묻혀
있었다니, 뻘밭에서 뒹굴고 있었다니
-『시안』2002. 여름호
-------------
*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나리자는 듣지 못한다/ 정숙자 (0) | 2010.10.06 |
---|---|
더블 플라토닉 수어사이드/ 정숙자 (0) | 2010.10.03 |
무인도/ 정숙자 (0) | 2010.09.30 |
불시착/ 정숙자 (0) | 2010.09.28 |
이브 만들기/ 정숙자 (0) | 2010.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