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급류

검지 정숙자 2018. 12. 17. 01:48

 

    급류

 

    정숙자

 

 

  일단 숨기고 태어난다

  빽빽한, 이빨,

 

  그리고 그 이빨들은 모든 칼-날 속에 숨어있다

 

  칼집 속의 칼과 칼집 없는 칼

  붉고 푸른 각종 칼들은

  흐핫, 명명되기 이전에 벌써

  위치와 용도가 구획된다

 

  장인은 예정-결정한다

  떼끼칼 식칼 막칼 등 수많은 길, 구상-배치한다

  너는 어떤 칼이고 싶으냐? 묻지 않는다

  멋대로 쇠를 고르고 달구고 두드리며 식히고 편다

 

  아주 가끔 칼자루에 보석을 박거나 칼집에까지 당초무늬를 새겨 넣기도 한다

 

  우아한 칼, 수급首級에 빛나(?)는 칼

 

  그러나 이빨이 빠지면 그만인 칼들

 

  그러나! 그러나! 정작 그 칼들은 무서운 칼이 아니다

  스스로 변신하는 칼이며 답변하는 칼이며

  걸어 다니는 칼

  흔하디흔한

 

  웃음소리까지 내는 그 칼들이

  (흰 칼이 되기도 하는 그 칼들이)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여긴, 밤 낮 밤 낮

  흐르는 황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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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실』 2018-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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