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정숙자
일단 숨기고 태어난다
빽빽한, 이빨,
그리고 그 이빨들은 모든 칼-날 속에 숨어있다
칼집 속의 칼과 칼집 없는 칼
붉고 푸른 각종 칼들은
흐핫, 명명되기 이전에 벌써
위치와 용도가 구획된다
장인은 예정-결정한다
떼끼칼 식칼 막칼 등 수많은 길, 구상-배치한다
너는 어떤 칼이고 싶으냐? 묻지 않는다
멋대로 쇠를 고르고 달구고 두드리며 식히고 편다
아주 가끔 칼자루에 보석을 박거나 칼집에까지 당초무늬를 새겨 넣기도 한다
우아한 칼, 수급首級에 빛나(?)는 칼
그러나 이빨이 빠지면 그만인 칼들
그러나! 그러나! 정작 그 칼들은 무서운 칼이 아니다
스스로 변신하는 칼이며 답변하는 칼이며
걸어 다니는 칼
흔하디흔한
웃음소리까지 내는 그 칼들이
(흰 칼이 되기도 하는 그 칼들이)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여긴, 밤 낮 밤 낮
흐르는 황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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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실』 2018-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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