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도덕형이상학의 추_칸트 프리즈/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1. 5. 31. 01:02

 

   

   도덕형이상학의 추

    -칸트 프리즈

 

    정숙자

 


  바람에 젖는다

  없는 거미줄에도 걸린다

  이런 난항은 무엇을 점검하라는 지시일까?

  눌려오는 가위를 꺾고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나는’

헤아려본다

  팔다리 멀쩡한 행복

  뇌세포도 온전한 행복

  가족들 암튼 따뜻한 행복

  집 좁고 먹을 것이 남는 행복

  소쿠리가 제자리에 걸려 있는 행복

  밤하늘 새파랗고 태양이 꼬박꼬박 돌아오는 행복

  TV는 똘똘하고 냉장고도 정직, 수돗물 쾌히 열리는 행복

  두꺼비집 안전한 행복과 친구들 냉철한 행복

  책 밭에 글 짓는 행복

  

  그 외에도 너무나 많은 행복, 행복, 행복들

  을 화병에 담노라니 아직 빼내지 못한 비수, 낭떠러지

마저도

  무한 비상의 활주로가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리토피아』2011-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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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