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窓
정숙자
여긴 맑고 따뜻한 꽃도 많지만
가끔은 새카만 꽃도 섞인다
거기 들어가 한 바퀴 돌고 나와도
향기라고는 안겨주지 않는
허전한 꽃
그러나 그 책도
어느 나무를 쓰러뜨리고 엮은 지면일 테니
이유 있어 태어난 장미이기는 하다
그 빛에 의지해 한 생을 건너는
'열심'이 있을 것이요, 그 나름으로는
위성과 항성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 꽃을
마다않고 읽어드리는 사람들 있는 것이지
하지만 이런 갈피에 눈 가둘 때면
'인내'가 휘어짐을 어쩌지 못한다
내 조그만 인내가 무슨 값이 될까, 만
그래도 더 배워야 할 것이 인내라 믿고
그 또한 꽃이 주는 베풂이라 믿고
간혹 만나는 이 '쓸쓸'을 부록이야, 본론이야
홀로 토로하며 건강히- 감사히-
어두워오는 가로등 아래
행복-히
집쪽으로 발걸음을 잇는 것이다
접은 책 (잠시) 한 팔에 끼고
표4에 이어 표5, 표6… 그리고 흰-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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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진『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