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평화로의 접근
-칸트 프리즈
정숙자
시간에게 말해야 하네
시간에게 미안했다고 말해야 하네
고쳐 쓸 수도, 되돌려 닦아줄 수도 없는 시간에게
행복으로 사용치 못한 사실을
미안했다고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말해야 하네
‘시간’에게는 어떤 배려도 없이
툭 툭 불거진 고통에만 열중했었네
시간 따윈 아랑곳없이, 정말
시간 따윈 눈곱만큼도 아랑곳없이
마구 구기고 버리고 왔네 그리고는 잊어버렸네
구불구불 뼈아픈 스토리는 기억하면서
그 화염 아래, 혹은 뒤에서
끽 소리도 못하고 무덤이 되어버린
시간들에게 나는 포악한 권력자였네
슬픔이 너무 깊어
어깨만 건드려도 눈물이 떨어졌던
시간에게 두고두고 (지금부터) 말해야 하네
내 피눈물 뱉지 않았던, 과묵하기 그지없었던
그 시간들에게 미안했다고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네
말로써가 아닌 남은 인생 모두 기울여
온몸으로 탑 한 송이 올려야 하네
-『애지』2011-여름호
-------------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칸트 프리즈/ 정숙자 (0) | 2011.09.04 |
---|---|
늙/ 정숙자 (0) | 2011.09.04 |
도덕형이상학의 추_칸트 프리즈/ 정숙자 (0) | 2011.05.31 |
실천이성에 얹힌 파니*_칸트 프리즈/ 정숙자 (0) | 2011.05.31 |
순수이성과 지평_칸트 프리즈/ 정숙자 (0) | 2011.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