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에 관한 설계도를 열람하다
정숙자
A가 끝내 등 돌리지 않으면
B가 먼저 눈 돌리게 함
(가당치않지만)
B로 하여금
곧
합리적인 당위를 꾸미게 하고
쉬이 발을 틀어버리도록 프로그래밍
A는 오래 앓고… 잊을 수 없고… 거듭거듭 반성을 짓찧으며…
급기야 시퍼런 냉정을 뒤지겠지만… 어느 날 문득 모순과 진리의
관계/파악에까지 도달하게끔 진행
그리고 그때 한 눈금-성장이라고 표기할 것
고독의 건축술 제1호 '등 돌릴 자'
고독의 건축술 제2호 '등 밝힐 자'
∴ 고독의 건축술에서 B의 '등'은 없어서는 안 될 너구리일 뿐
지음知音이 아니라면 과연 누굴 투입할 수 있겠는가. 마땅히 옆
돌을 쥘 수밖에. 세상의 모든 인연이 깨지지 않는다면 고독의 청
사진은 무용지물이 될 게 아닌가
∴ 엄밀히 따지고 보면 억울한 쪽은 A가 아니라 B였던 것이다
역부여시,
신의 솜씨를 어찌 빠져나갈 수 있(었)으리오
가 나 다 라 마 바 사 하… 우리들 모두…
신의 조감도에는 지상의 지옥이 우선이었던 것
그리고 그 다음은 '사후 열람 가능'이라는 편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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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엠포엠』 2018-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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