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고독에 관한 설계도를 열람하다

검지 정숙자 2018. 3. 22. 02:23

 

 

    고독에 관한 설계도를 열람하다

 

    정숙자

 

 

  A가 끝내 등 돌리지 않으면

  B가 먼저 눈 돌리게 함

 

  (가당치않지만)

  B로 하여금

  곧

  합리적인 당위를 꾸미게 하고

  쉬이 발을 틀어버리도록 프로그래밍

 

   A는 오래 앓고 잊을 수 없고거듭거듭 반성을 짓찧으며…

급기야 시퍼런 냉정을 뒤지겠지만 어느 날 문득 모순과 진리의

관계/파악에까지 도달하게끔 진행

 

  그리고 그때 한 눈금-성장이라고 표기할 것

 

  고독의 건축술 제1호 '등 돌릴 자'

  고독의 건축술 제2호 '등 밝힐 자'

 

  ∴ 고독의 건축술에서 B의 '등'은 없어서는 안 될 너구리일 뿐

 

  지음知音이 아니라면 과연 누굴 투입할 수 있겠는가. 마땅히 옆

돌을 쥘 수밖에. 세상의 모든 인연이 깨지지 않는다면 고독의 청

사진은 무용지물이 될 게 아닌가

 

  ∴ 엄밀히 따지고 보면 억울한 쪽은  A가 아니라 B였던 것이다

 

  역부여시,

  신의 솜씨를 어찌 빠져나갈 수 있(었)으리오

  가 나 다 라 마 바 사 하 우리들 모두 

 

  신의 조감도에는 지상의 지옥이 우선이었던 것

  그리고 그 다음은 '사후 열람 가능'이라는 편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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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엠포엠』 2018-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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