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니르바나
정숙자
화엄경 첫 장만한 우리 집 거실에서
의자 깊숙이 구겨져 묻힌, 나는
몇 십 년 뒤적거린 사고의 무덤이다
일 년에 한 번쯤 흙 돋우고
더러더러 잡풀 줄거리 들추어내는
그쯤으로 나는 무덤을 돌본다
잔디 뿌리와 머나먼 하늘 사이, 모처럼
정화된 시간이?초롱?하고 소리를 내면
천지에 가득 꽃비가 온다
무덤이야 고요와 고요가 몸 비비는 곳
무덤이야 고요와 고요가 말 나누는 곳
강물들 바다로 달리는 오밤중이면
내 삶의 소란은 한데 모여 고요를 향해 걷는다
제깟 무덤이 무슨 변화가 있겠느냐고?
그러나 무덤도 까맣게 타고
살아나고 바람을 견딘다, 너호 너호
아주 죽을 죽음을 기다린다
동그라미 어느 날 밭두둑 되고
난장이 되고, 다시 또 청산이 되면, 그때 바로
고요는 고요조차 모르는 고요이려니…
화엄경 첫 장 열린 양력 2월 햇빛 속에서
깃털 민숭한 몸을 오므린다
아슬한 공중으로 새 한 마리가 사라진다
-『현대시』1999.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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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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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irvana
鄭淑子 ․Jung Sook-Ja
In our living large
As the frist chapter of the Avatamsaka Sutra,
Crumpled and buried deep in the chair,
I am a grave of thought that stirred tens of years.
I look after the grave,
Firming the earth once a year,
Weeding out the weeds here and there.
Between the roots of the lawn and the distant sky.
The cleansed time rings sonorously,
The flower rain showers over heaven and earth.
The grave is where silence and another silence
hug each other.
The grave is where silence and another silence talk.
In the mid-night when rivers race to the sea,
My life's uproars gather together
Walking towards silence.
What change do you expect from the poor grave?
But the grave gets scorched,
Revives and endures the wind.
It awaits the dreadful death.
The circle one day becomes a field dyke,
A dwarf and then a green hill.
Then silence will be lost to silence
In the sunbeams of February
Resembling the frist chapter of Avatamsaka Sutra,
It crouches with its featherless body.
A bird disappears into the distant skies.
* Trans. by Ko, Chang soo
<第8回 亞細亞詩人會議 2002 西安大會>『韓國詩人詞華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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