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신문》2017-08-18 (금)
[아침시산책]/ 김명철(시인)
나는 죽음을 맛보았다네
-교통사고 트랙
정숙자
죽음은 맛볼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덥석 먹어야 하는 것이었네
죽음의 맛을 반추하는 건
히히히히힘든 일이네
그 순간의 기억과 허무에 싸여
무얼 계획하고 싶지도 않네
느닷없는 교통사고는
내 의사를 묻지도 않고
예예예예예고도 없이 언제든 다시
내 목을 끊어버릴 수가 있다네
지금도 뉴스를 틀면
‘죽었다’는 소식이 판치지 않나
나는 죽음 곁에 살고 있었네
나는 죽음을 방관했지만
죽음은 죽 나를 지켜봤던 것이네
게다가 날 놀리기까지 했던 것이네
-전문-
■ 시인은 ‘죽음은 맛볼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덥석 먹어야 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무슨 말인가. 자신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느닷없이 찾아드는 교통사고처럼, 죽음은 자신을 지켜봐왔고 게다가 놀리기까지 하였으니, 죽음에게 삶을 비루하게 구걸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우연 같은 삶의 허무를 받아들여 그냥 죽어버리자는 말인가. 그러나 시인은 “히히히히힘든” “예예예예예고”처럼 말하며 죽음에 장난을 걸고 있다! 죽음을 희롱하고 있다! 죽음에 지고 이기고가 아니라 죽음을 ‘넘어서려’ 하고 있다./ 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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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신문/ 2017년 8월 18일 (금) [아침시산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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