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도
정숙자
바람과 호수와 산맥과 어울린다는 건 살아간다는 것,
흐른다는 것, 씻긴다는 것, 마모되어간다는 것 (서서히,
혹은 갑작스레)
어/울/림, 흩어놓고 보면 참 다정하고 깊고 슬픈 단
위들이다. 그렇다면 다정하고 깊고 슬픈 템포가 ‘어울림’
일까
바다와 숲과 새들과 달과 (…) 어울리지 않고서야 어
찌 푸른 태양을 빌리겠는가. 단칼에 가슴 한복판 두 동강
내는 번갯불이 없다면 진화의 톱니는 신화를 상실하리니
좀 더 완만한 기억의 탄생을 수용한다. 지상에 떨어지
는 빗방울 낱낱 따뜻하고 동글고 곧고도 맑다. 어떤 대지
와 어울려도 모서리 없는 구름의 실록
‘삶은 덧없지 않다. 덧이란 게 있지도 않다’ 먹구름 풀어
내린 소나기 완본, 풀밭에도 사막에도 주어 술어 울창하다
-『들소리문학』2011-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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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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