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지형도/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7. 9. 11. 22:11

 

 

 

     지형도

                                                   

    정숙자

 

                                                            

  바람과 호수와 산맥과 어울린다는 건 살아간다는 것,

흐른다는 것, 씻긴다는 것, 마모되어간다는 것 (서서히,

혹은 갑작스레)

 

  어/울/림, 흩어놓고 보면 참 다정하고 깊고 슬픈 단

위들이다. 그렇다면 다정하고 깊고 슬픈 템포가 ‘어울림’

일까

 

  바다와 숲과 새들과 달과 () 어울리지 않고서야 어

찌 푸른 태양을 빌리겠는가. 단칼에 가슴 한복판 두 동강

내는 번갯불이 없다면 진화의 톱니는 신화를 상실하리니

 

  좀 더 완만한 기억의 탄생을 수용한다. 지상에 떨어지

는 빗방울 낱낱 따뜻하고 동글고 곧고도 맑다. 어떤 대지

와 어울려도 모서리 없는 구름의 실록

 

  ‘삶은 덧없지 않다. 덧이란 게 있지도 않다’ 먹구름 풀어

내린 소나기 완본, 풀밭에도 사막에도 주어 술어 울창하다

   -『들소리문학』2011-겨울호

 

  --------------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