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4>
정숙자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표4
이현승 / 시인
정숙자의 시적 지향은 “새롭게 어리석게”(「몽돌」)이다. 새로움이 그녀가 무수한 생각과 생각과 생각과 생각을 生覺시키면서 얻고자 하는 지고한 목표지만 “새로움은 ‘이미’에게 포위”(「굿모닝 천 년」)되어 있을 뿐이다. 새로움은 언제나 어리석음에서만 건널 수 있는 피안이다. 어리석음이란 지혜를 가까이 하려는 자의 항상적 태도이다. 바보를 자처하는 자들을 보라. 그 형상은 저 장자의 산목(山木)처럼 굽어 있다. 그리고 그 굽음은 마치 뜨거운 불판 위를 지나가는 환형동물의 “과잉곡선”(「과잉곡선」)을 닮았다. 정숙자의 시들은 철학적 높이로 들려져 있지 않다. 철학적 깊이로 고투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철학적 높이란 바로 “오른발이 타 버리기 전/왼발을 내딛고”(「살아남은 니체들」) 가야 하는 뜨거운 보행으로 바꾸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인칭이란 얼마나 “고독한 공간”(「인칭 공간」)인가. 집중된 상승과 도약이 한 계단이라면, 추락과 활강이 다음 순간의 계단이다. 이 ‘뒤엉킨 시간’을 견뎌 내는 것. 천년, 만년을 두고 조금씩 견디는 것이 그녀의 실천이성이며, 바로 이 ‘승화’를 위해서 그녀가 “책장에 가득 꽂힌 나비들”(「일단 이것을 나비라고 부른다」)과 함께 “신들이 켜 놓은 등불”인 꽃을 피울 “피의 승화”(「꽃 속의 너트」)를 감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숙자는 시의 수도자요 고행자이다. 시로 얻을 수 있는 모든 기쁨과 동시에, 그 한 줌과 맞바꾸기 위한 엄청나게 불합리한 기다림을 견디는 고행의 “발자국만으로 족히 마을을 이룬 한 그루”(「각자시대」)의 시인이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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