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름발이 바다
정숙자
그는 그를 만든다. 타인은 그의 공간에 겹칠지언정 그
를 만들어 주지 못한다. 없었던 문 열리는 암호? 스스로
찾아야 한다.
바다 울음 차오르는 날
소년소녀들은 책을 읽는다. 책 속에는 바다가 없고 파
고드는 울음도 없다. 소년소녀들은 한동안 그렇게 책만 읽
어도 꽉 찬다.
8시 반, 너무 빨리 지나간다
순식간에 오후 세 시가 되면 소년소녀들에게도 비로소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바다는 절뚝거리며 다가온다. 발
이 젖는다.
소년소녀들
이제 책보다는 바다를
읽어야 한다
많은 물굽이를 넘어야 하고 돌아다보아야 한다. 물의
늪에 물린 것이다. 빠져나갈 길이란 없다. 발자국을 하늘
로 옮길 때까지.
그가 바로 나라는
당신이라는
우리라는 가정은 모두 슬프다
절름발이 바다 위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진 소년소녀들
만이 잠시 8시 반에 머문다.
-『미래시학』2017-여름호
-------------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숙자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표4 : 이현승 (0) | 2017.09.09 |
---|---|
정숙자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꽃 속의 너트」/ 작품론 : 채상우 (0) | 2017.06.16 |
문명의 탁자/ 정숙자 (0) | 2017.03.09 |
다시 파란 밤을 꿈꾸어야 할까요?/ 정숙자 (0) | 2017.02.09 |
각자시대/ 정숙자 (0) | 2016.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