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그리운 시냇가
장석남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돌멩이 같은 아기 낳으면
그 돌멩이 꽃처럼 피어
깊고 아득히 골짜기로 올라가리라
아무도 그곳까지 이르진 못하리라
가끔 시냇물에 붉은 꽃이 섞여 내려
마을을 환히 적시리라
사람들, 한잠도 자지 못하리
-전문-
▶ 참 이상한 시입니다.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어서 아기를 낳는다는 표현은 얼마나 멋집니까? 그런데 저는 왜 그 다음이 슬프게 다가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어지는 서사는 왠지 슬픈 사연일 것만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돌멩이 같은 아기"는 동자승이 되어 "깊고 아득한 골짜기"로 출가할 것만 같고 돌멩이에 꽃이 핀다는 것은 출가한 아이가 마침내 득도하여 "시냇물에 붉은 꽃(法)이 섞여 내"릴 것만 같습니다(우리의 창세 신화에서 석가와 미륵이 인세人世를 차지하기 위해 돌부처 무릎에 꽃 피우기 졍쟁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더 큰 슬픔은 "아무도 그곳까진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그곳이 "그리운 시냇가"로 되어 있다는 데 있습니다. 더구나 나라 전체가 저출산, 불임의 시대를 앓고 있는 마당이니 그립고 애틋한 마음이 더하는 모양입니다. (김점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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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바다』2017- 봄호 <화보/ 풍경과 상처 1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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