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 - 21
정숙자
검법// 전혀 새로운 굴림이야, 짚을 수 있게. 전에 없던 주름이야, 뜯어
볼 수 있게. 어떻게 그렇게 (똑같으면서) 매번 조금씩 다를 수가 있지?
더듬을 수 있게
아찔함 간절함으로
머리도 어깨도 발목도 아닌
온몸 통째로 들어 바치는 도반
모든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들에게는 거의 전부인 시간과 시각과
도처에 식목(植木)한 바람소리를
신(神)의 수첩에 찔러 넣는 깃털 한 잎
그것이, 안개 속 구릉을 넘어
일생이 되어버려도
괜찮겠니?
오로지 그 하나로서 이 지표(地表)를 스쳤음이 요약된다면, 그래도 웃
어 보일 수 있겠니? 전혀 다른 길에서, 전혀 다른 태양을
가꿀 수도 있었을 텐데
언젠가 강물 앞에서
그게 ‘나의 신세계였다’
끌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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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소리문학』2017-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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