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파란 밤을 꿈꾸어야 할까요?
정숙자
낡았습니다
이제
어느 면이나 변에서도
속도는 더 이상 파란색이 아닙니다
길이, 예전의 하늘이 아닙니다
왜 그리 속도에 매달려온 것일까요
꼭 그래야만 했을까요
대체 왜?
속도에 속도를 더하는 사이 파란색은 희미해졌습니다
새빨갛던 태양 역시 기침 소리도 없이 하얘졌습니다
어디선가 뭔가 자꾸 밖으로 밀려납니다
왜 이리 속도는 어떤 속도를 밀어내는 걸까요? 밀려나
는 걸까요? 호수는 왜 돌에 맞아도 둥근 언어로만 말하
는 걸까요?
낮은 데 고인 물이라 그런 걸까요. 삼각형; 꼭지점은 하
나뿐인데 모두가 그곳을 향해 동력을 몰아갑니다.
광속을 따돌린다 해도 (각도를 돌보지 않는 한) 전혀 새
롭지 않은 진화에 지쳐,
요정이 태어나지 않았을까요?
한 시절을 설레게 했던
파란 원피스!
어떻게 다시 그 소녀를 데려올 수 있을까요?
언제 다시 그 소녀를 살려낼 수 있을까요?
-『시와 표현』2017-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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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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