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다시 파란 밤을 꿈꾸어야 할까요?/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7. 2. 9. 10:41

 

 

    다시 파란 밤을 꿈꾸어야 할까요?

 

    정숙자

 

 

  낡았습니다

  이제

  어느 면이나 변에서도

  속도는 더 이상 파란색이 아닙니다

 

  길이, 예전의 하늘이 아닙니다

  왜 그리 속도에 매달려온 것일까요

  꼭 그래야만 했을까요

  대체 왜?

 

  속도에 속도를 더하는 사이 파란색은 희미해졌습니다

 

  새빨갛던 태양 역시 기침 소리도 없이 하얘졌습니다

 

  어디선가 뭔가 자꾸 밖으로 밀려납니다

  왜 이리 속도는 어떤 속도를 밀어내는 걸까요? 밀려나

는 걸까요? 호수는 왜 돌에 맞아도 둥근 언어로만 말하

는 걸까요?

 

  낮은 데 고인 물이라 그런 걸까요. 삼각형; 꼭지점은 하

나뿐인데 모두가 그곳을 향해 동력을 몰아갑니다.

 

  광속을 따돌린다 해도 (각도를 돌보지 않는 한) 전혀 새

롭지 않은 진화에 지쳐,

 

  요정이 태어나지 않았을까요?

 

  한 시절을 설레게 했던

  파란 원피스!

  어떻게 다시 그 소녀를 데려올 수 있을까요?

  언제 다시 그 소녀를 살려낼 수 있을까요?

   -『시와 표현』2017-2월호

 

    --------------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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