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시대
정숙자
무엇을 감지했을까
무엇을 보았을까
제 발자국만으로 족히 마을을 이룬 한 그루
숲속에서
몹시도 흔들리는 푸른 잎, 한 잎
무엇이 불안한 걸까
혹, 앓는 것일까
저 격렬함… 흐느낌일까
다른 잎 모두 잔잔하건만, 한 기둥에 난 잎들이건만 한
잎 한 잎… 무엇이 다른 한 잎들일까? 제각각 다른 하늘
노 젓는 딴 잎들일까
이 또한 아랑곳없는 투명이로다
지금껏 그래왔다면, 장차 어떤 잎이라 해도 저리 혼자
여위는 날, 캄캄한 날, 흐느끼지 않을 수 없는 날 끊임없이
닥칠 수 있단 말인가
먼데서부터 악몽이 꿈틀거리면
그 둘레가 점점 좁혀져오면
혼자, 몹시도
흔들리는 나뭇잎 아래
나이테 사이사이 잠 못 드는 눈
꽃 한 송이 맺히기가 어디 그리 쉽던가요?
나무는 제자리서 그렇게 먼 길을 가고…
행인은 겨울까지 그렇게 먼 길을 섰고…
-『작가세계』 2016-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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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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