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틈의 소나무
이해웅(1940~2015, 75세)
솔방울에서 씨앗 하나가
우연찮게 바위틈에 내려앉았다
비의 여린 손길이
씨앗을 어루만져주고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내려와
어깨를 다독거려준다
차츰 씨앗이 부풀어 올라
바위틈에 발을 내리고
두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켠다
해가 뜨고 지기를
수십만 번
장년이 된 소나무는
용틀임 한 번에
큰 바위 하나를
쩍 갈라놓았다
그걸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혀를 내둘렀다
이 날부터 이 소나무는
산을 지키는 신이 되었다
* 2013년 한국시인협회 사화집
『시인들 생명을 그리다』에서/ 2013. 5.1. <홍영사>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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