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

검지 정숙자 2016. 4. 10. 15:01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1921~2003, 81세)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문학의식』2016-봄호 <이 계절의 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