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멈춤, 상상의 속도/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9. 16. 02:19

 

 

     멈춤, 상상의 속도

     -無爲集 3

 

     정숙자



   게으름은 게으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축제다

   게으름에는 규칙이 없다 게으르다는 점 외에는 죄목도

없다

   게으른 이의 침묵은 완만하다

   그들은 도모하지 않는다 실패/실망/원성도 모른다 게으

름은 땀 흘리던 무릎의 마지막 도약

   누군들 세월을 의욕하지 아니했으랴 파종을 즐기지 아니

했으랴 줄기와 잎새, 꽃과 열매를 위해 동분서주 아니했으

랴 새들이 물어가고 벌레에게 뜯기고 태풍과 서릿발에 짓

이겨진 종자 앞에서 분노치 아니했으랴

   거듭거듭 다친 이들이 하염없이 바라보는 시간, ―그것

이 바로 게으름인 것을

   게으름은 사유의 세계로 달리는 제1번 국도다

   갈등과 불면 쓸어낸 호흡이다

   태양이 서쪽 창으로 기우는 동안 커피 한 잔을 마셨을 뿐

인 나의 하루여

   인생은 노력한 만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란다, ―그것

이 인생이란다 

   그 한마디 수확을 위해 청춘을 바친 삶이여

       -문학과의식200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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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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