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 코드
정숙자
꽂혔다-하면
곧바로 OFF를 누른다 해도 새로 3시는 넘어야 불이 꺼진
다. 호홀지간(毫忽之間)에 차원이동을 실시한 의식이 돌아오
는 데는 적어도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다. 간절한 게 아니걸
랑 플러그를 가만 내버려 둬라. 더디 돌아오는 의식에 걸려
잠들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의식을 의식하게 되리니. 회한≒몽
상≒슬픔≒억울 세트에 on을 찜했을 경우, 없는 닭장에서
없는 첫닭이 무력한 홰를 치며 <울어《울어 날 밝으리니.
세상과 신은 내 의사를 묻지 않았다-않는다는 추론에 도달!
그렇다면, 늦었지만, 나도 긴히 간직해온 개념을 Chang-
ing!
꽂혔다-하면
의식은 예상외의 시간과 수면을 장악하고 사고영역 전체
를 독점한다. 의식자가 의식을 선택했지만 결국 의식에 사로
잡히고 만다. 침대에 누웠을지라도 더 이상 누군가의 가족/
벗이 아니다. 우주공간에 홀로 떠도는 목두기*와 다를 바 없
다. 암튼 한번 꽂혔다-하면 새로 3시는 넘어야 졸음이 부른
다. 열정≒사랑≒환희≒행복 세트라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
섣불리 생각에 잠기지 마라. <휘청《휘청 날 밝으리니.
* 목두기 :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귀신의 이름.
- 원제 : 「학명 : 인간」
- 『창작21』200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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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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