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시창(作詩窓)
정숙자
문장을 주도(做到)하여 궁극에 이르면
다른 기교가 없고 다만 알맞을 뿐이다.
-『채근담』
휘뚜루마뚜루 편리했던 ‘처럼’
실밥인 줄 모르고 버젓이 내걸었던 ‘처럼’
앞 문장과 뒷말의 솔기에 불과했던 ‘듯’
보충 설명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던 ‘듯’
간결의 깊이와 멋 가로막았던 ‘양’
옳다구나 적당히 들앉혔던 ‘양’
싸구려 장식이라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같이’
하마터면 평생토록 애용했을 ‘같이’
더부살이 기생식물 ‘만큼’
군더더기 군소리 ‘만큼’
어린 날에 기뻤던 사탕, 젊은 날에 고왔던 비즈/스팽글
실밥솔기 숨기는 데 걸린 일월이야 아! 하 세월
그저 담담히, 그저 묵묵히, 그저 외로이
여절여차여탁여마(如切如磋如琢如磨)
- 미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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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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