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시집 · 뿌리 깊은 달

모래의 각(角)/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9. 25. 00:21

 

      

      모래의 각(角)

 

      정숙자

 

 

   닳아지면 둥글어지고 둥글어지면 다시 깨졌다

 

   늘 새로운 각이 솟았다

   웅크리고 깨지고 죽고 죽어 다시 굴렀다

   영원히 태어나지 않아도 좋을 소멸에 이르는 길은 온전히

몸 벗는 일

   바위를 벗고 돌을 벗고 최후의 각마저 벗고 낙타가 차올리

는 발자국마다 송이송이 돌아가는 흙먼지들아

   드디어 날아가는 명사산(鳴沙山) 능선들아

   버리는 것은 줄이려는 것

   줄이는 것은 벼리자는 것

   둘레 40,000km 덩어리째 떠도는 이 행성도 어느 먼 하늘

에서는 별이라 호칭하리라

 

   모난 꽃들, 떠오른 발들, 물소리 삐걱대는 가슴팍들아

   완전 마모의 시간을 찾아 나뒹구는 검은 돌들아

    -『애지』2006년 겨울호

 

     ----------------

    *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제8시집 · 뿌리 깊은 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작시학(作詩學)/ 정숙자  (0) 2013.09.29
나의 작시창(作詩窓)/ 정숙자  (0) 2013.09.26
고백록/ 정숙자  (0) 2013.09.24
그림자를 수집했다/ 정숙자  (0) 2013.09.22
정신승리법/ 정숙자  (0) 2013.09.21